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도명씨(37)는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운다. 첫째가 구립 어린이집에 다닐 때만 해도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었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비상이 걸렸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태권도와 피아노·미술학원까지 모두 돌아도 부부의 퇴근까지 몇 시간이나 남곤 했다. 혼자 집에 남은 아이가 “엄마 언제 와” 하고 수시로 전화하는 통에 오후 시간에는 도무지 업무에 집중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아파트 옆 단지 1층에 노원구가 직영하는 ‘아이휴센터 1호점’이 생기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이제 집에서 150m 거리에 있는 센터에 가서 책을 읽고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센터는 평일 오후 1~9시 문을 여는데, 부모가 일찍 출근하는 경우 센터에서 등교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아이가 아플 때 병원 동행 서비스도 가능하다. 매달 내는 비용은 간식비로 주로 쓰이는 ‘운영위원회비’ 2만원이 전부다. 이씨는 “주변의 맞벌이 엄마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모두 이 동네에 와서 살고 싶다고 한다”며 “모든 아파트 단지에 이런 곳이 하나씩 생기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는 올해 구비 70억원을 투입해 현재 4곳인 아이휴센터를 19곳으로 늘리고, 2022년까지는 총 36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이휴센터는 아이들과 보호자가 오가기 쉬운 아파트 단지와 일반 주택 1층, 교회와 도서관 등에 설치한다. 학교의 ‘초등 돌봄교실’에 아이휴센터의 ‘마을돌봄’을 더해 초등 저학년의 돌봄 공백을 없앤다는 취지다. 초등학교 1~3학년 자녀를 둔 가정의 약 40%가 맞벌이 가구인데, 계획대로 된다면 2022년엔 이들 가정의 아동 약 5,000명이 방과후 학교 또는 아이휴센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원문 자세히 보기_2019년 4월19일자 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