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이제껏 이런 ‘임신 일기’는 없었다. 태아와 교감하고, 태아를 위해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생각을 해야한다는 내용으로 가득한 ‘태교 일기’는 있었지만, 임신이 여성에게 끼치는 신체적 변화와 고통, 그리고 이에 대해서 무지한 사회와 제도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글은 드물었다. ‘임신일기’는 일기라기 보다는 고통으로 내지르는 비명에 가깝다. ‘엄마라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시원하게 질러보지 못했던 비명소리.
송해나(필명)는 지난해 1월 트위터 계정 ‘임신일기(@pregdiary_ND)’를 개설했다. 임신 이후 벌어진 신체적 변화와 사회적 차별 등을 여성의 시점에서 생생하게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여성들의 호응을 얻었고 팔로어는 1만5000명에 달했다. 그 기록을 엮어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문예출판사)를 펴냈다. 송해나를 지난 5일 인천의 부평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부평역으로 가는 전철 안, 임산부 배려석이 보였지만 비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 중년 남성이 별다른 의식 없이 임산부 배려석에 가서 앉았다. ‘흔한 한국 지하철 풍경’이다. 송해나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임산부 이동권’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다. 지하철은 한국의 임산부에 대한 대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공공장소에서, 임산부는 있어도 없는 듯 대우하고, 그렇게 존재하길 요구받는다. 기사원문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