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여 개월 된 아이를 부모의 도움 없이 맞벌이로 키우는 후배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올 법한 말이다. 후배의 지금 상황은 ‘저녁이 없는 삶’이니까. 퇴근 후 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심정, 나도 안 겪어본 게 아니니까. 그런데, 말이다. 과연 내가 맘 놓고 집에 늦게 들어갈 수 있을까.
내가 둘째를 낳고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 휴직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매일 남편 퇴근 시간만 기다렸다. 남편이 와야 내가 조금이라도 쉴 수 있으니까. 만날 찬밥을 데워서 이거 저거 넣고 마시듯 비벼 먹는 밥이 아니라, 반찬 몇 가지라도 예쁜 접시에 담아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해 좀 더 인간답고, 여유 있게 먹을 수 있으니까.
허리가 뻐근하게 애 목욕을 시키지 않아도 되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화장실 문을 열고 볼일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남편이 둘째를 보는 동안 온전히, 오로지 큰애와만 눈맞춤 할 수 있으니까. 그밖에 셀수없이 많은 이유로, 불안하게 요동치는 마음으로 남편을 기다렸다. 저녁 6시쯤, 예고되지 않은 회식이 잡혔다는 말을 남편에게 들을 때면 눈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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