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취재일기_‘아이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 서두르자


지난 12일 오후 전남 목포 추모공원 화장장. 지난 10일 아파트 14층 집에 홀로 있다가 추락사한 박모(4)군의 시신이 담긴 관이 화장시설로 들어가자 가족이 서럽게 울었다. 박군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밖에서 놀던 첫째·둘째 손자를 찾으러 외할머니 김모(62)씨가 집을 비운 20분 사이 박군은 베란다 너머로 떨어져 숨졌다. 화장장에서 김씨는 죄인이 된 듯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며 막내 손자의 이름을 불렀다. 네 살배기 아이는 유골함에 담겨 짧은 생을 마감했다.

주말도 잊고 맞벌이에 나서야 했던 박군 부모는 전문 아이돌보미가 아닌 예순이 넘은 외할머니 김씨에게 박군과 두 형 등 삼형제를 맡겼다. 정부 지원을 받는 이용시간이 연간 480시간으로 제한되고 휴일·야간에는 할증요금이 붙는 아이돌봄 서비스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부부에게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건 박군 가족만이 아니다. 직장생활과 양육을 병행하는 부모들은 누구나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사는 형편이나 자녀 수에 따라 고통의 강도가 다를 뿐이다. 정부·지자체가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 양육 정책은 미흡하다는 게 부모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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