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심리 문제
임신 9주 직장인 여성입니다.
2013년부터 작년 초까지 약 2년간 직장 문제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앓았었는데,
약물 치료 3개월, 상담 치료 6개월 병행하면서 올초부터는 정상적인 생활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올 9월 초에 계획하에 임신을 했는데… 임신인 건 9월 말에 알았구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9월부터 계속 우울하고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전에 우울증이 심할 때도 죽고 싶다거나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은 우울증 때문에 그런 거지 이 상황을 극복하면 나아질 거고, 미래는 얼마든지 내 노력과 의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상담 선생님도 그래서 제가 치료 경과가 아주 좋았다고 하셨구요.
근데 요새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한번은 신랑 차 타고 어디 가는데, 차 사고 나서 둘 다 즉사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앞으로 남은 일은 나쁜 일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도 늙고, 사랑하는 강아지도 늙어 죽을 거고, 부모님도 나이 들어 돌아가실 거고….
그리고 가끔 이유없이 심장이 엄청 빨리 뛰는데…
과거에도 이 증상이 제일 힘들었거든요. 그때 약 먹으니까 즉시 증상이 없어져서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임신 중이라 약을 먹을 수도 없구요.
아까 오전에도 1시간 정도 미친듯이 심장이 뛰어서 화장실 변기에 가서 좀 앉아있다가
다시 사무실 돌아와서 심호흡 한참하고 심리 관련 이것저것 찾아보다보니 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아깐 진짜 지옥 같았어요 ㅠㅠ 공황장애까지는 아니고 그냥 심장만 빨리 뛰어요.
그리고 지금 이 시기에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제가 퇴근하고 진짜 누워만 있거든요. 의욕도 없고 속도 미식거리고 입도 쓰고 해서. 누워있다가 그냥 잠드니까 매일 9시, 10시쯤 잠들어요. 그렇게 일찍 자니까 자다가 자주 깨고 다시 잠들기 힘들고…
퇴근 후 집안일도 하나도 안 해요.
밥, 빨래, 청소 다 신랑이 해요. 설거지만 제가 하는데 한 달동안 한 번 했나…. 친정 엄마가 가끔 와서 해주시고.
신랑한테도 미안해죽겠어요. 신랑이 엄청 자상하고 섬세한데, 그 많은 집안일에 제 심리적인 문제까지 신경 쓰고 있으니까…
우울한 이유 중 제일 큰 건 제 일 때문인데요.
제가 지금 서비스기획자(웹기획자) 9년차인데, 제 적성에 안 맞고 하기도 싫어요.
잘 하는 일도 아니고 좋아하는 일도 아니다보니, 당연이 목적이나 목표 의식 없이 되는대로
중간만 하자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으니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제 능력도 아깝구요.
회사는 좋아요. 스트레스 주는 상사도 없고 일도 그렇게 많지 않고 칼퇴, 휴가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저는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이것저것 배워왔고
몇 년 전엔 용감하게 제 경력 다 버리고 출판사 신입사원으로 들어갔었는데, 잘 안 되어서 다시 이 업계로 돌아왔어요.
소설 창작 수업도 여러 번 들었고 지금은 지망생들끼리 소설 창작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근데 9월부터 우울해지면서 안 나갔어요. 이제 다시 나가려고 해요)
출판 번역, 영상 번역도 배웠었는데 영상 번역은 생각보다 돈이 너무 안 되어서, 출판 번역은 실력이 안 되어서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ㅠㅠ
저에게 맞는 일을 찾고 싶고 정말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이제는 거의 포기 수준이에요. (작년에 우울증 치료 받을 때는 우울증 치료하고 나면 뭔가 달라질 거라 생각했는데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더라구요. 소설 습작 실력도 제자리 걸음이고.)
저는 글 쓰는 일을 너무 하고 싶어요.
출판사 편집자 일도 적성에 딱 맞았는데, 출판사 근무 환경이나 복지가 50-60년대 수준이라 그만뒀지만.
마지막 희망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제가 결혼 전 다니던 교회에서 대안학교를 설립했는데, 거기 지원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교 다닐 때 중고생 과외를 했는데 성과가 아주 좋았고, 아이들 가르치는 데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보람도 느끼거든요.
저희 회사는 출산 후 출산휴가+육아휴직 합쳐서 6개월만 쓸 수 있어요. 그래서 6개월 후 복직했다가 대안학교로 갈까 생각 중이구요. (채용될지는 모르지만요. 그리고 아직 한참 남았죠 ㅠㅠ)
그리고 대안학교로 가면 월급이 지금보다 1/3로 줄어드는 걸 알면 신랑은 아마 반대할 거예요.
비는 돈은 과외를 하든지 해서 때워야죠.
하지만 그전까지 제가 제 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회사는 스트레스가 큰 회사가 아니지만, 어쨌든 계속 성과를 내야하고 끊임없이 경쟁하고 어필해야 하는 구조라서요. ㅠㅠ
마음 같아서는 그냥 다 때려치우고 친정으로 들어가 살고 싶네요.
신랑은 저한테 모든 걸 다 해주는데, 직장 그만두는 건 절대 반대하거든요. 제 월급이 지금 300인데, 회사 그만두더라도 200은 꼭 벌어야 한대요.
하지만 제가 또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회사를 때려치우면 소속이나 직업이 없어진 것 때문에 더 괴로울 게 뻔합니다ㅜㅜ
길이 엄청 길어졌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