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프랑스 내에서도 지역마다 의료 서비스의 질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 부부의 경험을 일반화하긴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 부부나 ‘독박육아’에 시달리고 갈등하는 한국의 부모들에게 우리 사례가 어느 정도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출산과 관련한 모든 의료 비용이 무료로 지원되는 경제적 측면이야 한국에서도 정책적 변화 등을 통해 얼마든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직장을 가진 부모라도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넘치는, 그래서 ‘독박육아’란 말이 존재할 수 없게 만드는 프랑스의 휴가와 직장 문화, 육아법 등은 하루아침에 정착시키기 어렵겠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가리라고 믿는다.
프랑스에서는 시험관 시술을 4회까지 국가에서 전액 지원해 주는데, 프랑스인이건 우리 같은 외국인이건, 고소득자이건 생활보조대상자이건, 보조금 받는 학생이건 세금 내는 직장인이건 상관없다. 여기서 4회라고 함은 난자 채취 횟수를 제한하는 것일 뿐, 배아 이식은 몇 번을 하건 따지지 않는다. 4회로 제한하는 것은 비용보다는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인 듯하다. 출산에 성공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카운트하지만, 산모의 나이는 만 43세로 제한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수반되는 거의 모든 비용이 무료다.
프랑스에는 사주팜(sage-femme)이라 불리는, 임신과 출산을 도와주는 전문 의료 인력이 있다. 한국의 조산사에 해당할 듯한데, 병원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고 의사들처럼 자신의 진료소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아내가 레나를 임신한 후 우리 부부의 지정 사주팜이 임신 7개월 차부터 출산 시까지 총 10회, 거의 매주 1회씩 일대일로 교육 및 상담을 해줬다. 출산 후에도 매주 가정을 방문해 아이의 건강과 환경을 체크해 주고 갔다. 이 역시 전부 무료다.
이렇게 저렇게 휴가를 내서 아기의 생애 첫 6개월 중 3분의 1이 넘는 9주 동안을 온전히 함께할 수 있었던 거다. 북유럽의 경우는 아빠에게도 6개월씩 출산·육아 휴가를 주기도 한다지만 그렇게까지 길게 쉬면 아무래도 업무 공백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도 아니고 하니 나로서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중요한 건 올해뿐 아니라 매년 두 달이 넘는 휴가를 쓸 수 있으니,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충분히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으리라는 거다. 한국에서와 달리 주말과 휴일에 쫓아다녀야 할 경조사나 행사들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 시간 또한 온전히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다. 퇴근 후에 회식도 거의 없다. 간단히 말해서 프랑스에서는 아빠·엄마가 직장을 다니더라도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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