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헌법 11.0 다시 쓰는 시민계약_’모성 보호’ 낡은 틀로는 ‘초저출산’ 탈출 못해
한국 사회는 출산과 육아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인이 소진되고 있다. 주거비, 교육비는 치솟았지만 소득 수준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나빠졌다. 돈을 벌어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더 들여 희생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2017년 합계출산율은 1.06명(추정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초저출산 국가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한다.
저출산의 그늘에는 김씨처럼 정신적·육체적으로 고갈된 한국 남자들이 있다.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연간 2069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1763시간)보다 300여시간 길다. 가장 노동시간이 짧은 독일(1363시간)에 비해서는 700시간이나 더 일한다. 이은행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사무국장은 “장시간 노동체제로 한국 사회는 과도한 일 중심사회가 됐다”며 “돌봄을 위한 시간과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 재생산의 위기가 초래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