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주 10월 1일부터 시행되는 육아기 근로단축이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낙담했습니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사무실, 입법조사처,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지난주부터 오늘까지 전화 또는 이메일로 질의한 리스트입니다. 방송사도 말할 것도 없구요.
적용대상 제외자가 적다보니 아무래도 방송에서도 관심이 없고, 고용노동부는 아주 0.1의 여지도 주지 않고 무조건 안된다고 하며, 국회의원 사무실에서는 문제점 인식은 하고 있다 기다려보자는 말뿐이었습니다. 당장 10월1일 시행에는 포함되지 못하더라도 향후 연구라도 부탁드려보고자 연구원에 전화했지만 그곳에서도 거의 스팸전화처럼 취급 당하고 정말 세상은… 아무도 워킹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낙담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래전 제 휴직서류들을 꺼내보게 되고, 인터넷에 검색을 하다가 서울시 직장맘 지원센터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의한 누군가의 댓글에서 육아휴직 개시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1일 또는 2일의 육아휴직 기간에 여지가 있다는 글을 보고 전화드렸었습니다.
이번 일로 많은 공무원과 부처 관계자들과 통화했지만, 저는 그냥 힘없는 대서양의 크릴새우처럼, 일도하고, 아이도낳고, 세금도 내는 그런 먹이사슬 최하단의 노동자구나 싶어서 마음을 많이 다쳤습니다. 그러던 중 딱 한군데 서울시 직장맘 센터에서 어떤 남자분이 전화를 받아서 상담해 주셨는데,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지난 목요일부터 수없이 많은 전화와 수없이 많은 글을 남겼었지만, 누구도 따뜻하게 답을 해주지 않았고 심지어 고용노동부 상담원은 저에게 세상 법이 선생님 위주로 돌아가는건 아니잖아요 이미 정해진 법을 선생님이 어쩌시려구요 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저는 업무상 고용노동부 주무관들과 매일 일합니다. 그래서 1350 전화해서도 막 하진 않았는데 저런 말을 들으니 내가 이상한건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문의 드렸던 내용은 아래와 같고…
둘쨰아이 출산휴가 2018. 4.23(월요일) ~ 7.21(토요일) (90일)
첫째아이 육아휴직 2018. 7.22(일요일) ~ 2019. 7.21(일요일) (365일)
– 주 5일 근무하는 직장이고
– 사학연금법 적용받는 곳이라 고용노동부 수당을 받지 않으므로…
육아휴직 개시일이 굳이 연속해서 2018년 7월 22일 일요일이 아니어도 되고 경우에 따라 월요일부터 시작하기도 하므로… 내년 3월 신청 때 회사에 잘 말해보면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될 수 도 있고 안될 수도 있지만, 저런 말씀 한마디가 얼마나 도움이 되고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A4 5장에다가 글 써서 여기저기 제보하고 올리고 의견내도 누구 하나 도와주는 곳이 없었는데, 완벽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가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라도 안내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혹시나 분쟁이 생기면 상담할 수 있는 노무사 소개도 (비용은 제가 부담합니다)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너무 감사드립니다.
혹시나 정책이나 법안 수정에 힘을 실어주실 수 있다면, 오늘 제가 썻던 글이 많은 워킹맘의 마음을 대변할까 싶어서 같이 붙여넣기 하고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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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당장 다음주 화요일)부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문이 전 국민에게 확대 됩니다. 저는 2018년 4월 23일부터 7월 22일까지 첫아이의 육아휴직 사용 후 연차까지 15일 붙여서 사용하고 복직하였습니다.
휴직 중 처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뉴스에서 보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휴직하고 동네에서 그 동안 해보고 싶었던 엄마들하고 어울리기, 아이 친구들하고 놀기 등등 여러 일을 하며 아이에게는 의식주 외에 엄마의 손길이 정말 간절하다는 것을 몸소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등원 후 하원 까지는 다른 아이들과 같은 생활을 하기 때문에 엄마의 부재가 크지 않습니다.
첫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아이를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늦게 자도 아이의 스케줄대로 맞춰 줄 수 있었고, 다른 아이들처럼 집으로 친구들 초대하고 싶다는 말에 엄마는… 이라며 핑계 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아픈날 회사에 사과드리고 친정에 부탁하며 전전긍긍 병원만이라도 내가 데리고 갈 수 있으면 다행이다 라는 마음으로 지내지 않고 아이가 충분히 쉴 수 있게 지켜보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 잠시 둘째 육아휴직까지 연이어 사용하고 회사를 그만 둘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저희는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않기 때문에 육아휴직 후 바로 퇴사해도 육아휴직급여등과 무관합니다.) 그러다 뉴스와 인터넷에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알게 되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나도 이제 전업맘과 다를 바 없이 아이들의 등원과 하원을 챙길 수 있고 아이들의 특별한 날에 나 대신 할머니나 시터이모를 보내지 않아도 되겠구나. 아침에 자는 아이를 재촉해서 깨워서 밥먹여놓고 준비하거나 이모님이 갑자기 오시지 않는 날 발 동동 구르며 힘들지 않아도 되겠구나.
적어도 아이들은 내가 회사를 다니거나 다니지 않거나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겠구나 (저야 뭐 더 바빠지겠지만요) 그러면서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일단 복직 + 연차로 8월 13일에 출근하며, 아이들과 친정엄마에게 10월1일까지만 버티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신청하려고 9월말이 다가오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터넷 엄마들 커뮤니티에서부터 확산된 내용이라 직접 확인코자 고용노동부와 입법한 김상희의원 사무실에 연락해 보았더니, 이미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들은 단축근무와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단축해 일하는 제도로 육아휴직과 합산해서 1년 이내로 사용할 수 있었고 이제는 각 육아휴직 1년과 단축기간 1년으로 제도가 확장되었습니다.
이미 육아휴직을 365일 사용한 근로자는 해당이 없다니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적용기준에 대해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 다고 합니다. 넌센스처럼 단 1일이라도 남았으면 (급여 계산에 문제가 없는 한) 1일이라도 남았으면 현행상은 1년의 단축근무를 사용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답변은 고용노동부 각 센터 별로 답변이 상이 했으나 급여 계산 상 30일이 남았으면 사용 가능하다고 하니 한달 남은 사람은 사용이 가능하고, 남지 않은 사람은 사용이 안된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어떤 엄마든 저 사실 알아다면 다들 11개월 휴직하고 한 달 남기지 않을 사람 없습니다. 한달로 1년의 단축기간과 맞바꾸는 거니까요. 조금 일찍 24시간 함꼐 하지 못해도 더 긴 기간 동안 아이에게 돌봄 시간을 줄 수 있는데 알았다면 누군들 저렇게 하지 않았겠습니까.
(https://blog.naver.com/molab_suda/221156101944,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2017. 12월) 공식블로그의 포스팅에서 조차 1년의 육아휴직을 다 사용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해당이 없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그 숱한 티비 뉴스에서 단 1초도 기 사용자는 해당이 없다는 부정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소급적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아쉬움은 있겠지만 구제책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고 정말로 저희와 같은 서민 맞벌이들의 사정을 조금도 모르는 말로 마무리를 하더라구요. “해당 자녀에 대해 각각 적용하는 것이고 부모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이기에 부모 모두 주어진 육아휴직 기간을 전부 소진한 것은 드믈 것으로 보인다, 가정별로 보면 개정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 합니다.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90920_0000775735&cID=10201&pID=10200#)
정말 저 말을 듣고 실소를 금할 수 없는게 저처럼 일반 사기업보다 조금은 더 융통성있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아이 일로 눈치를 보게 되는데 하물며 일반 직장이고 또 남자들은 어떻겠어요, 저 말을 듣고 더 이상 고용노동부에 기대봤자 소용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어떻게 보면 일반 회사원 보다는 공무원과 흡사한 업무들이 많은데. 일단 종결된 업무에 대해 두 번 보고 싶지 않을 마음 이해합니다. 영어에는 그 신발을 신어보기 전엔 절대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본인이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이상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구요.
또한 국민청원이 이루어 지고 있다는데 저는 이것도 회의적입니다. 일정인원 이상의 동의를 얻지못하면 이건 그냥 전산쓰레기처럼 어느 사회부기자의 기삿거리나 되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냥 빛을 못 보게 되는 일이라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 8세 이하 아동의 돌봄이 목적인 법안이라면, 모든 만 8세 이하 아동이 혜택을 봐야지 왜 이미 육아휴직을 소진한 부모를 둔 아이는 제외입니까. 저는 제가 일반적인 상식정도는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정말로 제 일이 아니더라도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다 똑같은 아이입니다. 그맘때 다 똑같이 부모 손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초등학교 1학년때 엄마가 집에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의 차이가 너무나도 많이 납니다.
왜 정책 홍보때는 대대적으로 제외자도 알리지 않았는지 탓하거나 나라가 해주는게 뭐냐 이런식으로 비약할 마음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어떤 정책을 새로 만들면 ,되도록 형평성 있고 공평하게 또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게 국민을 위한 일이잖습니까.
다 똑같이 너무나 귀한 아이들이고, 이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입니다. 부모의 직업에 따라 부모의 상황에 따라 그 초년의 삶이 너무나 다른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전쟁세대에도 고등학교를 나와 면사무소에서 근무하셨어요. 21살에 할아버지랑 결혼하면서 평생의 짧은 커리어가 다였습니다. 결혼하면 당연히 그만두는 시절이었으니까요. 여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도 당시는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구요.
저희 엄마는 여자가 대학가는게 흔치 않던 시절에 할머니의 뒷바라지로 끝까지 공부하고 학교선생님으로 재직하셨어요. 지금은 여자들의 최고직장인 학교선생님들에게도 여성으로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던거 아시나요? 저는 83년생인데 그때만해도 아이낳고 21일만에 출근해서 수업 그대로 했어야 한다고 해요. 수업하다 수술자리가 터져서 재봉합하러 가는 일도 흔했구요.
하지만 저는 유학도 다녀오고 대학도 나오고 일하면서 공부도 더 할 수 있었습니다. 제 첫 직장의 선배들은 2006년에 그랬듯 아이낳고 출산휴가 끝나면 당연히 자리 빼주는 것이 관례고 육아휴직까지 어떻게 저떻게 갔다오신 분들도 결국 얼마 안가서 그만두셨어요. 그런데 저는 첫아이 낳고 90일을 당연하게 쉬었고, 둘째 낳고는 첫아이 육아휴직으르 또 당연하게 쉬었습니다.
아주 아주 느린 변화지만 우리 나라는 분명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고,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 가고 있고, 이제 여성들이 일하며 아이를 키우기 좋은 나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과도기에 뒤쳐져 남겨저서 어쩔 수 없이 경력단절녀들이 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경력단절 여성들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이제 50대를 바라보시는 분인데 30 여년전 가장 후회된 일을 그때 조금 더 버텨볼걸, 그때 독하단 소리 듣더라도, 그때 조금 더 남에게 의탁해서라도 버텨볼걸 아이는 금방 크더라 그리고 어느새 날 필요없어 하더라 그러고 나니 나는 아무것도 아니더라 하고 후회 하시는 걸 봤습니다. 30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현재 보육교사로 재취업하려고 하시면서 후회하시는 걸 봤습니다. 그러면서 저한테도 버티라고. 또 버티다 보면 세상 좋아진다고 하셨어요.
여성들만이 공감 할 수 있고, 또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해보고 전전긍긍하며 아이를 키우는 일하는 여성들만이 공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저는 둘째 육아휴직 손도 안댄 채 남아있습니다. 또 어쩌면 저희 가족은 제가 살다온 나라나 남편이 새로 가게될 나라로 수년 이내 해외이주를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거기서 쭉 살다오게 될지도 모르겠구요.
그래도 이번일에 그냥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 나는 그래도 육휴 1년에 단축 1년은 남아있으니까… 이런 마음으로 있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때 당연하지 않던 일이 누군가 열심히 노력하고 외친 덕에 엄마 때는 당연한 일이 되었고, 엄마에게 당연하지 않던 일이 지금 저에겐 너무나 당연한 권리가 되었습니다.
둘째는 딸을 낳았어요. 할머니가 그랬듯 저희 엄마가 시터이모와 함께 돌봐주고 계십니다. 오늘 그냥 앉아있고 누군가 내 대신 해주겠지 하고 있다 보면 어쩌면 지금 내게 당연하지 않은 일이 내 딸의 인생에도 여전히 당연하지 않은 일로 남아 있을까봐 바쁜 광란의 월요일 이렇게 본의 아니게 긴 글을 남기게 됩니다.
아이들은 언젠가 큽니다. 엄마의 손길이 어려서처럼 쭉- 필요하지 않게 되구요. 하지만 가장 필요한 절대적 순간에 법안 앞에서 예외자로 분류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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